1. 법조윤리 개요
지난 8월 6일 2016년 제7회 법조윤리 시험이 있었습니다. 사실 단어 자체에서 무엇에 관한 것인지 느낌이 오긴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 과목인지는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시험과목으로서의 법조윤리는 대부분 변호사에 관한 것이며, 1문제 정도는 법관 또는 검사의 윤리 문제가 출제됩니다. 그 내용은 법관윤리강령, 검사윤리강령(운영지침)에 있습니다. 변호사윤리에 관하여는 변호사법 및 동 시행령, 변호사윤리장전, 변호사업무광고규정, 기타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이나 규정 등에 관한 내용이 출제되며, 변호사는 아니지만 외국법자문사법에 관한 내용도 1문제 정도 출제됩니다.
그런데 윤리라고 하여 뭔가 도덕과 관련 있을 것 같지만, 좀더 테크니컬한 면이 많습니다. 특히 이익충돌 회피의무가 그러해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변호사의 윤리와 관련한 문제 중 실생활과 주로 관련된다고 생각되는 이익충돌 회피의무, 비밀유지의무,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 그리고 계쟁권리 양수금지라고 하는 일반인의 상식과 조금 다르게 법원과 학설이 해석하는 내용에 대해 23편으로 나누어 써보겠습니다. 변호과오의 문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뤄보고자 합니다.
2. 이익충돌 회피의무
가. 위임사무가 종료된 경우
간단한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변호사 A는 교통사고의 가해자인 甲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죄에 대한 변호를 하였고 그 소송은 종결되었는데, 그 사고의 피해자인 乙이 甲의 자동차 보험회사인 X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하고자하여 변호사 A를 방문해 상담을 합니다. A는 그 보험금 청구소송을 수임해도 될까요? A의 수임을 허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물론 위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의 쟁점은 전혀 무관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의 완성이라든가, 피해자 乙의 기왕증이 쟁점인 경우는 형사사건의 내용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변호사 A가 형사사건의 변호를 통해 알게된 사실이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결정적인 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甲에게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겁니다.
이러한 경우에 대해 변호사윤리장전(2016.2.29. 개정 후의 것) 제22조 제2항은 “위임사무가 종료된 경우에도 종전 사건과 기초가 된 분쟁의 실체가 동일한 사건에서 대립되는 당사자로부터 사건을 수임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甲의 형사사건과 乙의 민사사건이 “기초가 된 분쟁의 실체가 동일한 사건”인지 여부에 따라 변호사 A의 수임 가능 여부가 정해집니다. 변호사윤리장전의 동 조항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다41791 판결)의 취지에 따라 수정된 내용인데 판례는 그 동일성의 기준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합니다.
상반되는 이익의 범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고, 소송물이 동일한지 여부나 민사사건과 형사사건 사이와 같이 그 절차가 동일한 성질의 것인지 여부는 관계가 없다.
위 사례의 경우 본인의 판단으론, 변호사 A의 수임은 제한되어야 할 걸로 생각합니다. 두 소송은 동일한 교통사고에 기초하고 있고 변호사 A가 乙의 사건을 수임한다면 의뢰인 甲의 신뢰를 배반하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죠.
수임제한으로 인정되었던 실제 사례로는
-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제소전 화해 신청사건에서 부동산 소유자 甲을 대리한 변호사가 가등기 말소를 구하는 소송에서는 상대방인 乙로부터 사건을 수임한 경우
- 甲과 乙의 공동소유인 토지에 乙이 일방적으로 건축공사를 진행하자 甲으로부터 가처분 등을 수임하여 준비하던 중 수임료를 반환하고 수임계약을 해제 하였는데, 그 후 乙로부터 그 토지의 공유물분할청구 사건을 수임한 경우 1
가 있습니다.
나. 위임사무가 진행 중인 경우
지금까지는 기존의 위임사무가 종료된 경우였는데, 위임사무를 처리하고 있는 도중에 그 사건의 상대방으로부터 다른 사건을 의뢰받는 경우는 수임제한 규정이 좀더 달라집니다. 예를 들자면, 00 지방국세청의 고문변호사로서 여러 건의 법률자문을 수행하였고 현재도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인 A 변호사에게 甲이 00 지방국세청의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의뢰하였다면 수임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원칙적으로 할 수 없지만, 00 지방국세청이 동의하였다면 수임할 수 있다” 입니다.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본문 및 제2호와 변호사윤리장전 제22조 제1항 본문 및 제3호에 의하면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다른 사건을 수임할 수 없지만, 기존의 의뢰인이 동의하는 경우에는 수임할 수 있습니다.
수임사무가 종료된 경우와의 차이점은
1) 사건의 동일성이 없는 경우에도 수임이 제한된다는 점
2) 기존 의뢰인의 동의에 의한 예외가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이 규정 위반으로 실제 징계를 받은 사례로는
- 진정인 회사의 사건을16건 수임하여, 수임사건 중 7건 종결하고 9건은 법원에 계류 중, 진정인의 동의없이 진정인 회사의 직원들로부터 퇴직금청구사건을 수임한 경우
- 甲으로부터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요양불 승인처분취소청구사건을 수임하고 있으면서, 甲의 동의 없이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와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자문업무를 행한 경우 2
등이 있습니다. 이외의 이익충돌 회피의무로 인한 수임제한 규정은 변호사법 제31조와 변호사윤리장전 제22조, 제42조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비밀유지의무
마찬가지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국선변호인 A가 살인미수로 기소된 피고인인 甲과 접견 중에 甲이 20여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을 하고, 그 때 발견되지 않은 범죄가 더 있음을 밝힙니다. A 변호사가 확인해보니, 밝혀지지 않은 범죄는 현재 실종사건으로 처리되어 그 가족들이 아직도 애타게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었습니다. 변호사 A는 그 가족들에게 甲으로부터 들은 사실을 전해줄 수 있을까요? 3
변호사가 아닌 상황이라면 그 사실을 전해주는 것이 아마도 사람의 마음을 가진 사람의 선택일 겁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그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밝힐 수가 없습니다. 비밀유지의무 때문이죠. 비밀유지의무는 수임을 하지 않더라도 변호사 선임을 위한 상담 단계에서부터 발생해 위임이 종료된 이후까지 계속됩니다. 비밀유지의무가 해제되는 경우는 변호사법 제26조의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변호사윤리장전 제18조 제4항의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 의뢰인이 동의한 경우, 변호사의 자신의 권리방어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됩니다.
위 사례에서 甲의 형이 확정된 이후에는 그 가족들에게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또 다른 예로는 00 법무법인의 변호사 A가 의뢰인 甲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했는데,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 있어 같은 법무법인의 다른 변호사 B에게 사건을 설명하고 자문을 구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는 비밀유지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의뢰인 甲의 묵시적 동의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00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A가 수임사건 처리에 필요한 범위에서 사무직원 B에게 설명하고 비밀을 유지하도록 지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와 계쟁권리 양수금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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