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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

by 최은석 변호사 2020. 2. 14.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

가. 위임계약 관계

판례와 일반적인 학설에 의하면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위임계약 관계라고 이해되어집니다. 그러므로 민법상 위임계약에 관한 조문(제3편 제2장 제11절 위임 680조 이하)의 내용이 적용됩니다.

물론 사건을 의뢰하였을 때에 체결된 약정이 우선하여 적용됩니다.그러나, 변호사나 의뢰인은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해지에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변호사와 의뢰인은 상호 고도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그 신뢰의 기초가 상실된 경우에는 언제든지 위임을 해지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지권의 제한에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면 그 약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각주:1] 하지만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해지하면 그 손해는 배상하여야 합니다.(민법 제689조)

그리고 일반적인 위임은 당사자 한쪽이 사망하면 종료되지만, 소송사건을 변호사에게 위임하였을 경우에는 의뢰인이 사망했다고 하여 변호사의 소송대리권이 소멸하지 않습니다.(민법 제690조, 민사소송법 제95조 제1호) 다만, 이때에는 상속인 등이 소송을 수계(受繼)할 때까지 소송절차가 중단됩니다.(민사소송법 제233조)

한편 보수에 관하여도 일반적인 위임과는 다릅니다. 즉 민법상 위임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무상(無償)입니다.(민법 제686조 제1항) 변호사에게 사무 또는 사건을 위임할 경우 보통은 보수에 관한 약정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착수금이나 성공보수에 관한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판례에 의하면 변호사는 처리한 사무에 관하여 보수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변호사에게 계쟁 사건의 처리를 위임함에 있어서 그 보수 지급 및 수액에 관하여 명시적인 약정을 아니하였다 하여도 무보수로 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응분의 보수를 지급할 묵시의 약정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그 보수액은 사건 수임의 경위, 사건의 경과와 난이 정도, 소송물가액, 승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얻는 구체적 이익과 소속 변호사회 보수규정 및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관계, 기타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함이 상당하다(이하 생략)[각주:2]

나. 변호사의 보수

변호사의 보수 결정 방식에는 flat fee[각주:3]방식과 hourly fee[각주:4]방식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자가 일반적입니다. 보통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으로 나누어 지급을 하죠. 다만, 형사사건에서는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위 판결선고일 이후에 체결된 성공보수금 약정은 무효가 됩니다. 다시 말해 2015. 7. 23. 이후에 형사사건 성공보수금 약정을 하고 변호사에게 지급한 돈이 있다면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최근 정운호 게이트의 전관인 홍만표,[각주:5] 최유정 변호사 사건[각주:6]에서 보듯이 변호사의 보수가 과다하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문제가 됩니다. 판례의 태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된 보수액을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의뢰인과의 평소부터의 관계, 사건 수임의 경위, 착수금의 액수, 사건처리의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의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하여 얻게 된 구체적 이익, 기타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고,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주장하는 측에 있다.[각주:7]

다음 판시도 한번 볼까요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계약자유의 원칙을 배제하는 예외적인 경우이므로 그와 같이 예외적으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각주:8]

판례가 감액을 인정한 사례와 인정하지 않은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보겠습니다.[각주:9] 다만 법원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구체적 사실관계를 두고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요약된 사실관계와 유사해보인다고 유사한 판결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1) 감액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 변호사의 성공보수가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착수금이 5백만원인데 성공보수금이 1억44백만원인 경우, 단순히 성공보수금이 착수금보다 얼마나 많은지는 주된 기준이 아니라고 본 사례[각주:10] : 이 사례에서는 1년이 넘는 기간, 7번의 변론기일이 있었고 항소이유서와 준비서면을 총8회, 기타 서면을 9회 제출하였으며, 변호사가 착수금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의뢰인을 위해 소송비용을 전부 대납하고 승소 후 사후 정산하였습니다.

  • 보수 총액이 사건 대상의 경제적 가액의 6% 남짓(5천만원)인 경우 과다하지 않다고 본 사례[각주:11] : 이 사례에서는 5년 이상에 걸쳐 8건의 소송을 수행하였고 증거수집이 매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2) 감액을 인정한 사례
  • 가처분이의 및 그에 대한 본안소송과 토지 3필지에 대한 소유권 확인 청구소송에 대해 착수금 33백만원과 성공보수금 5천만원을 미리 받은 사안에서 성공보수금을 2천만원으로 감액한 사례[각주:12] : 이 사건은 당사자간의 화해로 가처분이의는 항소심에서 본안소송은 제1심에서 종료되었습니다.

  • 8명의 피고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착수금 2백만원, 성공보수금 3천만원을 약정하였는데, 성공보수금을 11백만원으로 감액한 사례[각주:13] : 이 사건에서는 약 11개월간 9차의 변론기일, 준비서면 4회 제출, 증인 2인 소환·신문하였으며, 피고 중 2인에 대해 각자 8천만원(지연손해 별도), 그와 별도로 1인에 대해 172백만원(지연손해 별도)의 승소 및 나머지 피고에 대해서는 소취하, 청구기각 판결이 있었습니다. 소송이 복잡·중대하지 않았고, 변호사가 유난히 많은 정성을 들였다고 볼 사정이 없는 반면, 변호사의 실수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인정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소와 반소에 대해 소송위임계약이 별도로 체결된 경우의 성공보수금의 산정에 관한 판례[각주:14]가 있습니다.

대략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본소는 건물인도 및 부당이득·손해배상 청구소송이고 인도청구 승소와 집행완료시 4백만원, 금전청구 인용시 인용된 원리금의 3%를 성공보수금으로 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제기한 반소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이고 기각된 원리금의 3%를 성공보수금으로 하였습니다. 또 합의·조정·화해·강제조정결정·화해권고결정·청구인낙(본소의 경우)·반소취하(반소의 경우)의 경우에도 승소로 본다는 내용이 각각 포함되었습니다.[각주:15] 그리고 위 소송은 건물을 인도하고 나머지 본소 청구와 반소 청구를 모두 포기하는 조정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이때 성공보수금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는데, 원심은 반소의 청구금액에서 본소의 청구금액을 공제한 금액에 3%를 곱하였는데, 대법원은 본소와 반소를 각각 나누어 본소의 금전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성공보수금을 청구할 수 없고, 반소 청구금액의 3%를 성공보수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진 관계로 계쟁권리 양수금지는 다음 편에서 보겠습니다. 그리고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에는 변호사의 설명의무도 언급되어야 할 텐데 그 주제는 변호과오 문제와 함께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합니다.

  1. 박경재. 변호사의 법적 지위와 변호사보수계약. 「법학연구」 제51권, 제1호 2010. 940면. [본문으로]
  2. 대법원 1995.12.05. 선고 94다50229 판결 참조. 판결문상 인용 판례 생략. [본문으로]
  3. 처리사무의 종류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 [본문으로]
  4. 사무처리에 소요된 시간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 이 경우 지급되는 보수의 상한인 캡(Cap)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5.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는 1억5천만원만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것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문으로]
  6. 물론 이 사건은 형사사건이므로 성공보수금 지급 약정은 효력이 없지만, 착수금은 여전히 문제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7.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60172 판결. 판결문상 인용 판례 생략. [본문으로]
  8.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18322 판결. [본문으로]
  9. 아래 사례를 볼 때에는 2000. 1. 1. 이후에는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이 폐지되어 변호사보수가 자율화되었다는 점을 참고하시되, 그 사실이 판례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제가 보기엔 큰 관계는 없어 보입니다. [본문으로]
  10.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18322 판결. [본문으로]
  11. 대법원 1991. 12. 13. 선고 91다8722 판결. [본문으로]
  12.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30382 판결. [본문으로]
  13.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29804 판결. [본문으로]
  14.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2다50353 판결. [본문으로]
  15. 이러한 약정을 이른바 승소간주 조항이라고 합니다. 변호사의 보수에 관한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인데 간략히 보면, 대법원은 부동문자로 인쇄된 약관 형태의 승소간주 조항은 무효로 보지만, 개별적인 특약사항으로 추가된 승소간주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기본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본다고 생각됩니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5다43067 판결 및 서울고법 2005. 6. 30. 선고 2004나69934 판결 참조) 그리고 이 사례의 판결문에서도 나와 있지만, 위임인이 실질적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하여 실질적 승소의 범위를 정하고 그에 따른 성공보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으로서 유효하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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